산티아고 성당에서의 만남

오늘은 열차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.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대성당이야. 산티아고에 들어간 순례자들은 모두 광장에 모인다. 등산복 대신 청바지를 입고 올라가는 그 길이 어색하다. 8일 동안 걸었는데 하루도 안 걸으니 낯설다.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 사이를 지나며 그 거리의 냄새를 맡는다. 더 이상 성지보다 관광지가 되어버린 도시에 대한 씁쓸한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일까. 마트에 들러 자두 하나, 맥주 하나, 사과 하나, 오이 하나를 샀다. 관광지 주변에 있어야 할 비싼 식당을 지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아멘델라 공원 벤치에 앉았다. 어제 생하몽 세라노와 모차렐라 치즈를 치아바타 사이에 끼워 한입 베어물었다. 오이를 티셔츠로 쓱쓱 닦아 잘랐다. 신선한 향이 퍼졌어. 오른쪽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 한 마리가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한 입 먹으려고 고개를 들었다. 저리가!! 갑자기 비가 내렸다. 즉석 샌드위치를 천천히 씹으니 빗방울이 굵어졌다. 열어둔 가방에 하나하나 남은 치즈와 빵을 넣고 방수 재킷을 입었다. 비가 와서 가방까지 덮는 우비를 입어도 젖을 것 같았다. 남의 가게 앞 처마 끝에 잠시 서 있었더니 비가 그쳤다. 대성당으로 걸어갔다. 4년 전 그 앞에서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대성당이었다. 어느새 성당부터 미사까지 참석했다. 증명서를 받고 말을 섞던 한국 중년 남성이 신부의 설교가 끝나고 앞으로 나와 세계 평화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. 나는 분위기 압박에 어쩔 수 없이 5유로를 넣으면서 아쉬워했는데. 그는 그렇게 좋은 곳에 마음과 돈을 썼다. 이번에는 폰테브드라에서 기차를 타고 산티아고까지 갔다. 성당 광장 앞 시청 순례길을 성공한 사람들을 구경했다. 점프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. 광장에 우비를 깔고 앉은 사람. 세석 벤치에 걸터앉은 사람. 비가 그친 뒤 비옷을 벗은 사람. 사진 찍는 노년 커플. 시청은 파란 그물을 치고 공사 중이다. 그 앞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한다. 멋진 흰머리와 수염이 제우스를 닮은 배가 나온 할아버지가 더러운 회색 가방에서 오렌지를 꺼냈다. 무지개 껍질을 벗기지 않고 벗긴 후, 4등분 한 후, 한입에 오렌지를 입에 넣었다. 세 번 씹었나? 그대로 입에서 오렌지를 뱉어내 가방 속 비닐봉지에 그것을 다시 넣었다. 하나 더 벗긴 다음에 다시 오렌지를 넣는다. 바람이 불어 그의 긴 머리를 올렸다. 정수리는 비어 있다. 자전거로 산티아고에 입성한 바이커 무리가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었다. 그들만큼 기쁘지 않은 것을 왜일까. 왜 이렇게 아쉽지. 그때 한 할아버지가 내 옆 빈 벤치를 가리키며 앉아도 되냐고 눈으로 물었다. 물이 차 있는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엉덩이가 다 젖었다고 주저앉았다. 외모적으로는 스페인 할아버지인가 했더니. 연음이 화려한 영어로 푸에트리코에서 왔다고 소개했다. -거기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쓰죠? -예스 아, 아니, 푸에트리코어를 사용해. 저기 봐, 저 하우스. 이런 식으로 영어랑 스페인어를 섞어서. -그래도 순례길에서는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편리했습니다. -물론 그랬다. -성당 앞 광장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.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요. 나는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. 나는 대화를 위해 그의 앞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. -요즘은 그렇지. 푸에토리코에서도 본지아(굿모닝)를 하는 사람이 줄었어. 다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. 그래도 여기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. -그것이 제가 이곳을 다시 찾은 이유입니다.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. 다시 여기 오면 아마 그 때문일 거예요. 아까 아내를 위해 선물을 샀다고 하지 않았어요? -아니, 내 아내는 천국에 갔어. 정말 원더풀한 여성이었는데. 이건 내 아들 주려고 산 거야. 그가 아내를 소개한 한마디에 나는 울컥했다. 죽고 나서도 어느 한 사람에게 좋은, 멋진 여자로 기억될 수 있었던 아내와 그들의 관계가 감동적이었다. 나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대성당의 고딕 종루로 눈을 돌렸다. -오늘 화살표 반지도 하나 샀고. 봐, 나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을 너무 좋아해서 여기 지방기(깃발)도 하나 샀어. 저기 건물 중앙에 있잖아. 그러고 보니 이곳에 두 번이나 와서 갈리시아 에스텔라 맥주를 마시며 지역 깃발을 눈여겨 본 적이 없었다. 성당 앞 건물이 뭔지도 몰랐어. 그 덕분에 그곳이 시청이라는 것도 찾아보고 알았다. -근데 너 이름이 뭐야? -혜숙입니다. 나는 내 이름 발음이 어려운 외국인들에게 칠 수 있도록 헤헤. ‘쓱’이라고 알려준다. 그는 발음을 흉내냈다. -나는 정이야. 그는 ‘부에노 카미노’라고 이마에 적힌 모자를 벗고 뒤통수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여줬다. -영어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존이네요. 내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다. 그는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. -한국 드라마는 정말 아름답지. 아내가 넥슬을 달고 저거 보라고 하면서 얼마나 좋아하던지… 네가 내 아내를 생각나게 하네. 나는 또 눈물이 날 뻔했다. 존(ジョンの妻)의 아내는 조금 전에 죽은 것이 틀림없다. 하지만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. 눈물 흘릴까 봐. 다만 48년 동안 함께 있었다는, 그에게 정말 잘한 그 여자를 회상하는 그의 선글라스 아래 눈을 볼 일도 없이 나는 상상할 수 있었다. 그는 5시에 그의 눈에 보이는 공사 중인 시청 앞에서 그의 단체 여행객과 합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. 그는 산티아고에 들어갔을 때 본 멋진 광경을 말했다. 푸에트리코에서 20명의 여행객이 스페인 사리아에서 걷기 시작했고, 둘째 날에는 힘들어서 가이드 호출로 버스를 타고 그 다음 행선지에 도착했다고. 길 잃은 적도 있고 잘못 걸어서 다음 행선지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가이드가 내려주면 거기서 좀 걷는 사람도 많다고. – 그럼 유모 같은 가이드가 어른들을 데리러 가는 거죠? 하고 내가 농담을 했다. -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시작하는 여정은 거의 평지입니다. 사람도 적고, 해안 풍경도 좋고, 무엇보다 갈대가 5m나 자란 데크길을 걷는다 오늘은 열차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.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대성당이야. 산티아고에 들어간 순례자들은 모두 광장에 모인다. 등산복 대신 청바지를 입고 올라가는 그 길이 어색하다. 8일 동안 걸었는데 하루도 안 걸으니 낯설다.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 사이를 지나며 그 거리의 냄새를 맡는다. 더 이상 성지보다 관광지가 되어버린 도시에 대한 씁쓸한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일까. 마트에 들러 자두 하나, 맥주 하나, 사과 하나, 오이 하나를 샀다. 관광지 주변에 있어야 할 비싼 식당을 지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아멘델라 공원 벤치에 앉았다. 어제 선·